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

터키 국기가 잔뜩 걸려있는 그랜드 바자르 [사진/조보희 기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실내시장, 대표적 관광지로
(이스탄불=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동로마제국과 오스만 제국에 걸쳐 1923년까지 1천600년 동안 수도로서 육상 실크로드의 종착지이자,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제노바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의 연결지점이었다.


이스탄불의 전통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는 15세기 건립돼 동서양의 교역 장소로 수백년간 그 규모를 키워왔으며, 지금은 관광객들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실내시장

이스탄불의 구시가지 중심에 자리하며 ‘카파르 차르쉬'(Kapali Carsi, 덮여 있는 시장)란 이름으로 불리는 그랜드 바자르는 1461년 개장한 현존하는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시장이다.

‘바자르’는 중동이나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시장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랜드 바자르’라는 명칭에 걸맞게 규모가 엄청나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교차한 골목을 따라 늘어선 점포의 수가 약 4천500개에 달하고 성문처럼 생긴 입구가 21군데나 있다.

큰 규모 때문에 방향을 잃기 쉬운데 동쪽으로 나 있는 누로스마니예 문(1번 출입구)이나 서쪽으로 나 있는 베야짓 문(7번 출입구)을 이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이 문들을 연결하는 넓은 통로를 중심으로 작은 골목들이 퍼져 있는 구조다.

중심 통로로 연결되는 7번 출입구 베야짓 문 [사진/조보희 기자]

성문처럼 생긴 문으로 들어서면 경비원이 지키는 검색대를 지나야 한다. 방문한 날이 터키 건국기념일(10월 29일) 전날이어서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터키 국기가 천정을 비롯해 사방에 걸려있다. 터키인들의 국기 사랑은 유별난 듯하다.

중앙통로에서 눈에 많이 띄는 가게는 보석 상점이다. 밖에 보이도록 진열한 금팔찌가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보다는 몇 배 두꺼운 우람한 크기다.

국민의 98% 이상이 이슬람교도로 여성들이 히잡을 하고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장신구는 애용한다는 얘기가 사실인 듯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포는 1천100여 개나 되는 보석 상점이다. 두 번째로 많은 품목은 카펫 상점이라고 한다. 터키는 질 좋은 카펫으로 유명하다.

보석상에 진열된 금팔찌.크기가 상당하다. [사진/조보희 기자]

시장이 터키스러운 느낌이 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화려한 색깔의 조명 상점이다. 가게 밖에 매달린 올망졸망한 조명들이 다양한 색깔로 연말 트리 장식처럼 빛나고 있다. 조명 가게에는 화려한 찻잔과 주전자 세트를 함께 파는 곳이 많다.

도자기 제품도 색깔이 다채롭다. 모자이크 무늬로 예쁘게 장식된 큰 접시나 도자기는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도예 작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가게 안팎에 진열된 큰 접시 몇 개만 해도 멋진 장식품이 된다. 베네치아에서 왔다는 세 모녀가 화려한 도자기를 앞에 두고 직원과 한참 흥정을 하고 있다.

시장이 아침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각 매장은 청소와 진열장 손질 등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준비를 마친 매장 주인은 터키식 홍차인 차이를 마시며 신문을 보거나 가게 앞에서 옆 매장 주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색깔이 다채로운 도자기 제품 [사진/조보희 기자]

시장 안에는 여느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음식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차나 커피를 배달하는 작은 찻집이 곳곳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다.

터키는 커피와 홍차의 문화가 공존했던 곳으로, 차 문화가 발달해 있다. 요즘은 커피보다 홍차를 많이 마신다. 1인당 연간 차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시장 골목에선 차를 배달하는 사람을 수시로 볼 수 있다. 터키 국화인 튤립 모양의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차이를 여러 잔 얹은 손잡이 달린 쟁반을 들고 배달하는 모습은 터키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배달 가는 터키식 전통 홍차 차이 [사진/조보희 기자]

◇ 터키 색깔을 잘 느낄 수 있는 곳

터키식 커피는 체즈베(Cezve)라는 구리로 만든 용기에 곱게 간 커피 가루와 설탕을 함께 넣어서 거품을 많이 내서 끓인다. 커피 가루가 가라앉고 나서 윗부분만 마신다. 커피 자체를 끓이기 때문에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전통문양이 그려진 체즈베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거나 나란히 진열한 가게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방인에겐 이것 또한 터키답다.

바자르에는 터키 전통식품을 파는 곳도 많다. 떡, 젤리, 꿀, 견과류 등으로 만든 전통 과자 ‘로쿰’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 귀국길 선물로도 그만이다.

사각 막대 형태인 로쿰덩어리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 진열한 모습이 손님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개장 준비를 하는 상점 직원들 [사진/조보희 기자]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이집션 바자르 같은 전통 시장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상점들의 상품 진열 수준이 높다. 천정이나 벽 등 모든 공간을 활용해 작품 전시장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세련되고 정성이 느껴진다.

기념품 가게마다 악마를 도망가게 해 재앙을 막아 준다는 터키 부적인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를 볼 수 있다. 파란색 바탕으로 된 유리에 눈 모양이 그려진 나자르 본주는 크기가 작은 것부터 커다란 것까지 다양하다.

그랜드 바자르는 하루 25만 명에서 40만 명의 관광객과 주민들이 방문해 항상 시끌벅적하다. 붐비는 실내시장인데도 늘 청결하게 유지돼 공기는 쾌적하다.

방문객이 많아 상인들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품목마다 판매하는 구역이 정해져 있고, 각 매장은 번호로 관리되고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시장 지붕은 여러 기와집이 이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지붕은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산뜻하게 단장된 그랜드 바자르 지붕 [사진/조보희 기자]

시장 건물 밖에도 노점 형태 시장이 있어 늘 붐빈다. 한쪽에 자리한 오랜 역사의 고서점가는 인근 이스탄불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시장은 평일 아침 8시 30분에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폐장한다.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영업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