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구석구석 미식 여행

되네르(회전) 케밥은 숯불 옆에서 돌아가는 고깃덩어리의 익은 겉면을 잘라내는 대표적인 메뉴다. [사진/한미희 기자]

육류·야채·과일·유제품…동서양의 풍성한 식문화 자랑
(이스탄불=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터키 이스탄불이다. 아야 소피아도, 블루 모스크도 가봤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누비는 유람선도 타봤다면 두 번째 여행을 떠날 땐 소화제를 챙기길 권하겠다.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이스탄불 구석구석을 누비며 온갖 종류의 고기부터 해산물까지, 싸고 맛있는 야채와 과일, 유제품은 물론 극강의 단맛을 선사하는 디저트까지 섭렵했다.

갈라타 다리에서 보는 이스탄불의 석양. 이스탄불의 스카이라인은 수많은 자미(모스크)의 돔과 미나레(첨탑)가 만든다. [사진/ 한미희 기자]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 사이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동서양이 만나는 이스탄불은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다채롭게 발전한 풍성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다.

수백 가지에 달한다는 케밥은 육식주의자의 행복 지수를 한껏 올려줄 테고,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신선한 해산물과 디저트만큼이나 다디단 과일, 다양한 유제품으로 평등하게 행복할 수 있다.

침 일찍 빵집에선 터키인의 주식인 ‘에크멕’이 쉴 새 없이 팔려나간다. [사진/한미희 기자]

◇ 푸짐한 아침 식사, 카흐발트

이스탄불 곳곳을 소개해 준 오즈렘 바탈 씨가 현지인의 식탁을 직접 보여주겠다며 집으로 초대했다.

분주하게 하루가 시작되는 이른 아침, 함께 빵집에 들렀다. 바게트보다 두툼하고 짧은 에크멕(ekmek)은 터키인의 주식으로,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거의 무한리필된다.

만두의 일종으로 아침 대용으로 많이 먹는 뵈렉(borek)도 샀다. 페이스트리 안에 시금치나 고기, 치즈, 햄 등 각종 재료가 다양하게 들어가는 커다란 뵈렉을 칼로 쑥쑥 썰어 무게 단위로 판다.

커다란 식탁에는 신선한 과일과 말린 과일,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 햄과 각종 치즈, 올리브, 꿀에 절인 무화과와 디저트, 신선한 토마토와 오이, 잎채소와 고추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오즈렘 바탈 씨가 차려 준 아침 식사 ‘카흐발트’. 전라도 한상 차림 못지않게 푸짐하다. [사진/한미희 기자]

계란이 들어간 걸쭉한 토마토 수프 같은 메네멘(menemen)은 기본적인 아침 메뉴다. 양파와 고추 등을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가 매콤하게 만들면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다. 베이컨, 감자 등을 원하는 대로 넣어 빵과 먹는다.

진하게 내려 물과 설탕을 타 마시는 터키식 홍차 차이는 아침 식사를 포함한 삼시 세끼는 물론, 끼니 사이에도 물 마시듯 시시때때로 마신다.

우유로 만든 크림인 카이막(kaymak)과 꿀을 함께 빵에 발라먹으면 엄지손가락이 절로 올라간다. 터키 사람들이 뭐가 제일 맛있냐고 물었을 때 카이막이라고 대답하면 ‘네가 뭘 좀 아는구나’하는 표정으로 역시 엄지손가락을 세워준다.

열심히 먹는다고 먹었는데 차려진 음식의 절반도 줄지 않았다. 터키의 인심도 전라도식 한 상 차림 못지않다. 이런 거한 아침 식사를 매일 먹는 건 아니다. 주로 가족들이 다 모이는 주말 늦은 아침으로 차려진다.

평일에는 이 중 몇 가지를 간단히 차려 먹는다. 거리에서 참깨가 뿌려진 동그란 빵인 시미트(simit)를 사 먹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지 않더라도, 아침 식사인 카흐발트 메뉴를 내는 식당들이 있어 누구든 체험해 볼 수 있다.

위스키다르의 한 거리에서 오후 티타임을 즐기는 현지인들. 국기 사이에는 터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이 걸려있다. [사진/한미희 기자]

◇ 채식주의자도 행복한 육식주의자의 천국

유네스코 역사지구와 신시가지가 몰려 있어 관광객이 넘쳐 나는 유럽 쪽에서 현지인들의 주거지인 아시아 쪽으로 배를 타고 넘어갔다.

선착장이 있는 남쪽 카디쿄이에서 시장에 들렀다가, 보스포루스 대교가 닿는 북쪽 위스퀴다르에서 현지인들 사이에 끼어 케밥을 맛봤다.

구운 고기를 모두 아우르는 케밥은 유목민이었던 터키인의 선조들에게서 유래해 지역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기 때문에 그 종류만 수백 가지라고 한다. 지금은 터키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전 세계에서 즐기는 패스트푸드다.

케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깃덩어리가 불 옆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익은 겉면을 큰 칼로 잘라내는 것이 되네르 케밥이다.

소고기나 양고기를 납작한 빵 라바시에 싸고 토마토소스, 요구르트와 함께 먹는 베이티 케밥, 양념한 고기로 만든 이스켄데르 케밥, 쇠꼬챙이에 끼워 굽는 쉬시 케밥, 구덩이 안에서 통으로 굽는 쿠유 케밥 등이 있다.

항아리를 깨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항아리 케밥은 카파도키아의 명물이다. 구운 양 내장을 잘게 썰고 양념해 에크멕에 끼워 먹는 코코레치(KokoreC)는 매콤한 맛으로 한국인에게 인기다.

국교는 아니지만,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가 없고 대부분 양고기에 소고기와 닭고기가 더해진다.

고기가 느끼하다 싶으면 피클을 곁들이자. 올리브 절임 말고도 다양한 채소로 피클을 만드는데 양배추나 고추 피클은 한국의 백김치, 고추 장아찌와 거의 비슷하다.

양념된 밥에 레몬즙을 뿌리고 홍합 껍데기로 떠 먹는 홍합밥은 이미 유명한 별미다. [사진/한미희 기자]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선택지는 많다. 커다란 생선을 소금으로 뒤덮고 소금에 불을 붙여 익힌 생선 살은 더없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간이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홍합 껍데기에 담긴 양념 된 밥에 레몬즙을 짜 넣고 한쪽 껍데기로 떠먹는 홍합밥은 이미 유명한 별미다.

포도잎으로 만든 쌈밥인 사르마(sarma)도 있다. 올리브유를 가득 머금은 가지 요리, 볶은 시금치 위에 치즈를 얹어 녹인 요리는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 담백하고 깔끔하다.

버터가 가득한 페이스트리와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를 겹겹이 쌓은 바클라바(Baklava)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다 못해 줄줄 흐른다. ‘터키인의 즐거움'(Turkish delight)이라고 불리는 전통 젤리 로쿰(lokum)과 극강의 단맛을 겨룬다.

꿀이 흐르는 바클라바는 대표적인 터키 간식 중 하나다. 로쿰과 함께 극강의 단맛을 겨룬다. [사진/한미희 기자]

가루째 끓여 더없이 진한 터키 커피나 온종일 물처럼 마시는 차이에 디저트를 함께 내지 않으면 아쉬울 테다.

◇ 보스포루스 야경에 곁들이는 저녁 식사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이스탄불 최고 부촌인 베벡 지구의 스타벅스에 들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고 찾는 한국인들이 많다지만, 보스포루스 해협에 바짝 붙어 들어선 모든 카페와 식당이 비슷한 전망을 누리고 있으니 딱히 특별할 건 없다.

1층 야외 테라스가 해수면과 거의 같은 높이다. 흡연율이 높고 길에서고 실내에서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기에, 비흡연자라면 이곳 야외 테라스에서 견디기가 쉽지 않다.

요트를 타고 즐기는 보스포루스의 야경. 불을 밝힌 자미와 보스포루스 대교가 보인다. [사진/한미희 기자]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들고 북쪽으로 잠깐 산책하듯 걸으면 요트 정박장이 나온다. 인원수에 맞는 크고 작은 요트를 빌려 보스포루스의 야경을 감상하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이스탄불의 스카이라인은 수많은 자미(모스크)의 둥근 돔과 미나레라고 부르는 뾰족한 탑이 만든다. 밤의 보스포루스에서는 조명이 켜진 화려한 궁전과 고급 주택들이 더해진다.

케밥과 샐러드, 감자튀김과 가지 퓌레, 올리브 등이 비교적 간단하게 차려졌지만, 여전히 푸짐하다. 사실 요트 위에서 즐기는 보스포루스의 야경에 곁들여지는 건 에페스(터키 대표 맥주 브랜드)만으로도 충분했다.

정교회 대성당과 모스크를 거쳐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아야 소피아 내부 [사진/한미희 기자]

◇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들

터키 이스탄불의 상징이자 대표 관광지는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로 더 잘 알려진 술탄 아흐메드 자미다.

동로마 제국 시대인 532년 건립된 아야 소피아는 900년 넘게 정교회 대성당으로 쓰였지만, 오스만 제국 시대에 모스크로 사용되면서 성화는 석회로 덮이고 사람이 올라 예배 시간을 알리는 미나레가 증축됐다. 터키 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광장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술탄 아흐메드 자미는 오스만 제국 시대에 세워졌다.

내부를 뒤덮은 푸른빛 도자기 타일 덕분에 ‘블루 모스크’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안타깝게도 현재 두 곳 모두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6개의 미나레를 가진 술탄 아흐메드 자미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한미희 기자]

내부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는 없다. 아야 소피아는 내부 한쪽에 공사를 위한 철골 구조물이 세워져 있고, 특히 술탄 아흐메드 자미는 그 아름다운 푸른빛 천장이 대부분 가려져 있다.

갈라타 다리 건너 북쪽에 있는 중세 시대 석탑 갈라타 타워에서는 이스탄불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야경 명소로 알려져 오후에는 긴 줄이 만들어진다. 밤에 조명을 받는 모습도 아름답기 때문에 긴 줄에 합류하는 대신 탑 아래에서 사진을 찍거나 주변 식당에 앉아 바라보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갈라타 타워 인근 지하철 시쉬하네역에서 탁심 광장까지 이어지는 이스티클랄 거리는 서울의 명동처럼 인파로 가득한 번화가다. 그 번잡한 도로를 오가는 한량짜리 빨간색 튀넬이 명물이다.

조명을 밝힌 갈라타 타워 [사진/한미희 기자]

◇ ‘세계 최대’로 향하는 이스탄불 공항

지난해 10월 1단계 공사를 끝내고 올해 4월 정식 개장한 이스탄불 공항은 현재 2개 활주로를 이용해 연간 9천만명을 수용하고 있다.

터키에서 가장 존경받는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아타튀르크 공항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인 ‘IST’를 이스탄불 공항에 넘겨주고 현재 화물 노선 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스탄불 공항은 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23년 최종 4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6개의 활주로가 갖춰지면, 현재 1억명을 수용하는 미국 애틀랜타 공항의 두배인 2억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공항이 된다.

이스탄불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이용하는 터키 항공은 동서양이 만나는 요충지를 발판으로 가장 많은 국가, 가장 많은 국제선 목적지로 취항하고 있다.

인천과 이스탄불을 오가는 노선은 현재 주 11회 운항하고 있으며, 앞으로 주 14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4월 개장한 이스탄불 공항 [사진/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