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서 즐기는 고즈넉한 섬 마실

오클랜드 스카이 타워. 오클랜드에서 페리를 이용해 와이헤케, 랑이토토, 마탕이, 로토루아 등 가까운 섬을 이웃집 마실 가듯 찾아갈 수 있다. [오클랜드 관광경제개발청 제공]

휴양지로 사랑받는 와이헤케섬, 마오리족의 삶터였던 에덴산
(오클랜드=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뉴질랜드의 관문이자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오클랜드의 마오리 이름은 ‘타마키 마카우라우’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는 뜻이다.


뉴질랜드 인구 약 480만명 가운데 180만명이 오클랜드에 살고 있다. 서울과 비슷한 면적(559㎢)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며 갈수록 심해지는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도심에서는 지하철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또 오클랜드항이라고 부르는 와이테마타(Waitemata)항과 화물항인 마누카우(Manukau)항 등 두 개의 항구가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도시 곳곳에 요트가 정박해 있고 해양 스포츠가 발달한 도시여서 ‘항해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 와이테마타항이 레저와 상업의 중심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페리를 이용해 와이헤케, 랑이토토, 마탕이, 로토루아 등 가까운 섬을 이웃집 마실 가듯 찾아갈 수 있다.

◇ 휴양지로 사랑받는 와이헤케섬

이른 아침 주말 휴양지로 사랑받는 가까운 섬을 찾아 나섰다.

와이헤케는 마오리어로 ‘작은 폭포’라는 뜻이다. 약 1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92㎢의 작은 섬 와이헤케는 자동차로 2시간 남짓이면 일주할 수 있다.

주민 2천여명이 매일 오클랜드로 출퇴근할 정도로 오클랜드에서 가까운 섬이다. 덕분에 여름 성수기에는 약 3만5천여명의 방문객으로 복작거린다.

페리 항구에서 표를 끊어 배에 올라탔다. 간편한 등산복 차림의 현지인들과 관광객을 가득 실은 배는 중간 기착지 데본포트를 경유해 봄바람을 가르며 호수보다 잔잔한 바다를 질주한다.

섬 선착장까지는 약 50분이 걸렸다. 선착장에 내리자 가이드 니키 워커(50)가 마오리족 인사말인 “키아오라?”(Kia Ora),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테마투쿠 오이스터는 섬에서 하나뿐인 굴 판매점이다. 섬의 주변 바닷가가 해양보존지구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만 굴을 채취하고 양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약 6주 정도 자란 자연산 굴을 채취해 양식장에서 18개월가량 키워 판매한다.

이 일을 15년 동안 해왔다고 하니 굴에 대해서는 거의 장인 수준인 사장이 직접 생굴을 까주었다. 혀끝으로 밀려오는 짭조름한 맛의 묵직한 생굴을 씹으면 그대로 녹아내린다.

약 2.5㎞의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오네탕이 해변 [사진/전수영 기자]

오클랜드 최고의 휴양지 중 하나로 알려진 명성에 걸맞게 이 섬에는 약 2.5㎞의 백사장이 펼쳐진 오네탕이(Onetangi) 해변이 있다.

하얗고 긴 구름이 낮게 깔린 잔잔한 수평선 뒤로 길쭉하게 뻗은 백사장은 한적했다. 몇몇 산책하는 현지인들이 눈에 띌 뿐 이른 봄의 해변은 백사장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만 잔잔히 울려 퍼졌다.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의 섬에는 약 23개의 포도원과 와이너리가 산재해 있다.

20여 년 전에 첫 포도나무를 심은 뒤 만들기 시작한 와인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연 머드브릭 와이너리는 섬 맛집으로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맑은 날에는 바다 건너 오클랜드의 도심 경관을 즐기며 식사를 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또 4천200여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있는 랑이후아 농원을 찾아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 오일을 맛보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별미체험이다.

머드브릭 레스토랑 & 빈야드에서 점심 식사를 즐기는 현지인 [사진/전수영 기자]

페리 터미널에서 배로 25분이면 갈 수 있는 무인도 랑이토토는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 년 전에 바다에서 솟아오른 뉴질랜드 최연소 화산섬이다.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의 정상에 오를 수 있어 하이킹과 당일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화장실 외에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어 도시락 등 간단한 요깃거리와 식수는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용암 동굴 탐험은 또 다른 즐길 거리다.

◇ 본토 사화산 중 가장 높은 에덴산

오클랜드 시내에는 에덴산(196m) 등 화산 분출로 형성된 약 48개의 언덕과 산이 있다. 마오리어로 마웅가화우(Maungawhaw)로 불리는 에덴산은 뉴질랜드 본토 사화산 중 가장 높다.

개인적으로 에덴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곳에 처음 왔던 게 2000년 1월이니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산등성이를 휘감는 바람이 시원했고 오클랜드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깊게 파인 분화구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그곳은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집에 있는 사진첩의 기념사진 속 모습 그대로였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같은 곳을 두 번 이상 가는 게 쉽지는 않다. 나도 에덴산을 또 올라갈 줄은 몰랐다.

에덴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분화구와 오클랜드 도심 [사진/전수영 기자]

모르는 게 또 있었다. 이곳이 단순한 화산 흔적의 분화구가 아니라, 뉴질랜드 토착민 마오리족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오클랜드 도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만 알았다면, 이번 방문으로 그 산이 품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약 2만8천년 전에 형성된 산에는 마오리 부족의 전략적 요새인 파(pa), 보관 창고로 사용된 구덩이 및 옛날 마오리 정착지 등이 산재해 있다. 다시 말해 이곳은 마오리족의 문화유산이다.

타마키 히코이 투어(마오리족 문화해설사와 함께 산을 오르며 그들 조상의 삶의 터전에 대한 설명을 듣는 문화 투어)는 마오리족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삶터를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문화해설사 데인 투마하이는 그들 조상의 삶의 터전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

약초로 사용하거나 차로 우려먹는 카와카와 나뭇잎,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마오리족 선조가 살던 고향 땅(섬) ‘하와이키’. 그곳은 그들이 죽으면 영혼이 돌아간다고 믿는 폴리네시아인의 원향(原鄕)이다.

마오리족 최고의 신인 땅의 어머니 ‘파파투아누쿠’와 하늘의 아버지 ‘랑이누이’의 사랑 이야기 등 마오리 신화와 관련한 그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통 춤 ‘하카'(Haka)를 시연하는 문화해설사 데인 투마하이. [사진/전수영 기자]

또한 전쟁을 준비하면서 기세를 높이고, 적들을 잡아먹겠다는 의지를 다잡는 마오리족의 하카(Haka)도 직접 보여줬다.

하카는 손바닥으로 팔의 바깥쪽과 허벅지를 강하게 내리치면서 눈을 부릅뜨고 혀를 길게 내밀며 카마테(Ka mate), 우리말로 ‘죽이다’라고 외치며 상대를 겁주는 행동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제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전통춤이자 문화유산이 됐다.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 올 블랙스 선수들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경기에 앞서 관중과 상대 팀 앞에서 하카를 췄다. 팀의 사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상대방의 기를 꺾는 데 하카를 이용한 것이다.

이야기와 확 트인 전망이 어우러진 산행은 두시간을 훌쩍 넘겨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투마하이는 그들의 노래를 합창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마웅가화우(에덴) 산은 우리에게 사랑과 진실, 평화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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